"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절대 말을 더듬지 않는 이유"
최근 인터넷에 이런 식의 글이 다수 돌고 있다.
확인해보니 X(트위터)나 인스타그램 위주로 많이 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도 실제로 처음 접한 건 인스타그램이었다.
이 글들에서는 대부분 이렇게 주장한다.
아메리카 순수혈통 인디언들은 말을 더듬지 않는다. 이를 신기하게 여긴 과학자가 연구를 해보니 "말더듬" 이라는 단어가 없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글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말은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언어가 그만큼 중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긍정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이겠지만
내겐 마치 "과학자가 연구를 통해 입증해낸 사실인데, 말더듬이라는 단어가 없으면 말더듬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처럼 들려왔다.
실제로 이 글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좋은 교훈을 주는 얘기이고 너무 흥미롭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말장난 하지마라 같은 반응들도 많았다.
심지어 비트겐슈타인이 쓴 '말'이라는 책에 "실패란 단어가 없는 곳에서는 실패가 없고, 시기가 없는 마을에는 시기하는 이가 없다." 라는 문구가 있는데
보통 이것을 함께 인용하기 때문에 "시기심이 없는 단어가 없는 마을에 사는 사람은 아무도 서로를 시기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고 오해하는 글까지 보았다.
나는 너무 궁금해져서 다양하게 검색해보았지만 아무도 정리하지 않은 것을 깨닫고 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였다.
조사해보니 아메리카 원주민이 말을 더듬지 않는다는 연구가 실제로 있었고 해당 연구에서 1947년 이러한 주장을 밝혔으나, 이후 1960년과 1983년의 연구에서 반박되었다.
결론적으로, 아메리카 원주민들도 말을 더듬으며, 그들의 언어에도 이를 표현하는 단어가 있다고 한다.
역시나 떠도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었다.
내 생각엔 이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갈등하며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까닭은 말이 안 되는 주장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전달하기 때문인 것 같다.
거의 80년 전 주장된 내용이고 50년도 더 전에 반박된 내용이지만, "미국 인디언은 말을 더듬지 않는다"로 내용을 시작해서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아님에도 관련있는 내용을 짜집기 해가며 반박되었다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내용을 끝내버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주장을 많은 사람이 믿고 아무런 조사 없이 그대로 다양한 곳에 널리 퍼트렸고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인해 갈등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조사한 내용의 논문들을 아래에 열거하고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1947년 J.C. Snidecor의 연구 "Why the Indian does not stutter"
https://www.tandfonline.com/doi/pdf/10.1080/00335634709381340
아메리카 원주민의 언어에 "말더듬"이라는 단어가 없고, 양육 방식이 미국 문화에 비해 관대해서 말을 더듬지 않는다고 보았다. 특히, 아이들의 말에 대해 비판하거나 평가하지 않는 문화가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1960년 J.L. Stewart의 연구 "The problem of stuttering in certain North American Indian societies"
https://pubmed.ncbi.nlm.nih.gov/13834599/
The problem of stuttering in certain North American Indian societies - PubMed
The problem of stuttering in certain North American Indian societies
pubmed.ncbi.nlm.nih.gov
아메리카 원주민 사회에서도 말을 더듬는 사례가 존재하며, 그들의 언어에도 이를 표현하는 단어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연구는 Snidecor의 주장을 직접적으로 반박하는 중요한 자료로, 특히 특정 부족(Bannock-Shoshoni)에서 관련 용어가 여러 개 존재함을 확인했다.
1983년 G. Zimmermann 등의 연구 "The Indians have many terms for it: stuttering among the Bannock-Shoshoni"
https://pubmed.ncbi.nlm.nih.gov/6350705/
The Indians have many terms for it: stuttering among the Bannock-Shoshoni - PubMed
This report follows by 23 years correspondence between Wendell Johnson and Sven Liljeblad in which Liljeblad pointed out that among North American "nonstuttering" Indians there were Indians who stuttered. He also reported several terms that referred to stu
pubmed.ncbi.nlm.nih.gov
이 연구는 Wendell Johnson과 Sven Liljeblad 간의 23년간의 서신을 인용하며, 아메리카 원주민 중에서도 말을 더듬는 사례가 존재하며, 미공개 연구(Frank의 연구)에서도 이를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이 연구는 말을 더듬는 것이 언어적 용어의 부재로 인해 발생하지 않는다는 Snidecor의 주장을 명백히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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